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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퍼트: 운칠기삼 아무리 사주가 좋아도 운 좋은 놈 못따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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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마거리트 ... 구효서 님 / 소설가 [좋은 생각中]
젭에서 20분 걸어가면 백사 마을에 도착한다
백사 마을은 산 104번지 에서 온 이름이다
중계 본동이다
아는 사람은 좀 안다
겨울마다 연탄 은행이 서고 많은 자원봉사자가
연탄 지게를 지고 가가호호 방문해 연탄을 배달하는
장면이 티브이에 나온다
리어카도 끌 수 없는 좁고 가파른 길들이 실핏줄 처럼
나 있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다
1967년 에 생기기 시작했으니 마을은 올해 쉰네 살이다
서울 이곳저곳에 산재했던 무허가 건물의 주민들을
트럭에 싣고 강제 이주시켜 형성 되었다
그들이 처음 도착했을때 마을 언덕에는 군용 텐트밖에
없었고 텐트 안은 맨 땅바닥 이었다
바닥에다 백묵으로 금을 긋고 네 가구씩 수용했다
그렇게 54년 길과 집과 담장에는 마을사람들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마을을 내년이면 볼수 없다
건설 장비가 들어온다
오랜 진통 끝에 개발인가가 났다
나로서는 다시 가 보지 않을수 없었다
요리조리 이어지는 미로를 세 시간 걸었다
마을 꼭대기쯤 이르렀을 때 나는 어느 벽돌 담장
아래를 걷고 있었다
흙 한줌 없는 담벼락 한가운데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 낸
엉겅퀴가 안쓰럽고 기특하여 사진으로 담는데
담장 위로 누군가가 내다 보았다
그분은 중계로 2 마길에 사는 장현숙 씨였는데
대뜸 나를 자신의 놀라운 마당으로 초대했다
그곳은 작지만 오밀조밀한 꽃 천지 였다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꽃을 가꾸는 그녀의 손도 꽃처럼 보였지만
미닫이문을 열고 낯선 손님에게 음료수 병을 건네는
딸의 미소도 영락 없는 꽃이었다
그녀는 남편의 고향 집인 그곳으로 30년 전 시집을 왔다고 했다
시부모님은 백사 마을 1세대 였다
긴 얘기를 마치고 집을 나서려는 나에게 그녀는
화분에 담긴 붉은 마거리트를 불쑥 내밀었다
과분한 환대에다 꽃 선물까지 주다니
마거리트를 보고 내가 너무 염치 없이 감탄했나
나는 극구 사양했다
그러나 그년는 물러서지 않았다
마거리트를 들고 마을을 내려오면서 나는 어딘가
많이 부끄러웠다
대가 없이 베푸는 환대와 선물을 나는 어째서
극구 사양하며 겸손을 부렸던가. 겸손?
아니겠지 .
타산에 젖은 습관이겠지
받으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두렵게 한거겠지.
내 창가에 놓인 붉은 마거리트는 이제 내가 새로 지어
준 꽃말로 인사한다
"무얼 겁내나 ?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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