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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새긴 이름.......지혜진님/경기도 김포시 [좋은 생각 中]

​

​

" 풍서 엄마가 나한테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따 보라고 하네."

​

아파트 미화원으로 일한 엄마는

최저 임금이 인상되면서 가장

먼저 해고 당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

나이 많은것도 서로운데, 일까지

못하게 되었다며 긴 한숨을 내쉰

엄마가 자격증 이야기를 꺼냈다

​

엄마는 일흔여섯이 될때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못했다

​

자동차 정비기술과 대형 특수 트럭

면허를 갖춘 아빠는 중동에서 일해

모은돈으로 호주이민을 꿈꿨다

​

하지만 오랜 친구의 꼬임에

그 돈으로 택시를 샀다

​

택시 운전사가 된아빠는 쉬는 날마다

술을 마셨다

​

돈은 모이지 않고 가정 불화는 나날이

심각해졌다

​

그럴수록 엄마는 일에 더 매달렸다

​

엄마는 고등교육을 마치고 결혼전까지

강원도 교육청에서 사무를 보았다

​

사진으로 본 그 시절 엄마는

사랑스럽고 당당했다

​

"내가 당시 교육청에서 쓴 글씨만 해도

사무실을 다 메울 정도 였어"

​

어디가도 '글씨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쓴다'

는 칭찬을 자주 들었지만 한번 쪼그라든

삶은 일흔 여섯이 될때까지 퍼질줄 몰랐다

​

풍서 엄마의 지안에 자신이 없다며

한참 괸한 엄마는 시험접수 마지막

날에야 요양 보호사 학원에 등록했다

​

아빠는 몇년 전 택시를 처분한 뒤 급속도로

쇠야해졌고 허리 협착증으로 거동이

불편했다

​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따면 가족을

돌봐도 나라에서 수당을 준다니까 ,

해보지뭐"

​

그렇게 어마는 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

수업둘째날, 엄마는 교수가 던진 지룬에

당당히 손을 들고 정답을 맞혔다며

문자 메세지를 보냈다.

​

누가 음료수를 건넸고 교수에게 칭찬을

들었는지 까지알리는 엄마의 말에선

생기가 느껴졌다

​

아침 일찍 일어나 아파트 청소라는

엄마를 보며 내겐 눈을뜨면 날씩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

날씨가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을지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진 않을지

걱정스러웠다

​

나는 우리 아파트 미화원에게 깍듯이

인사했고 , 아파트 물청소를 하는날엔

비타민 음료 를 돌리곤 했다.

​

그것이 내가 엄마를 응원하는 방법이었다

​

엄마는 아파트 계단참이 아닌 교실에서

걸레와 빗자루 대신 책과 볼펜을 쥐었다

​

자신을 '아줌마' 나 '할머니' 대신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들을 만났다

​

나는 인생을 허투루 살았다고 낙담하던

엄마가 따뜻한 응원과 두근거리는 보상

을 받기를 바랐다

​

자격증 시험을 며칠 앞두고 엄마를

보러 친정에 갔다

​

엄마는 상에 두꺼운 서적과 필기노트

를 꺼내 공부하고 있었다.

​

거기에는 엄마의 글씨가 정직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

힘내라고 엄마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이전보다 부드러워진 손에 가슴이 뭉클했다

​

엄마 보란듯 시험에 합격에 요양보호자

자격증을 받았다

​

같이 공부했는데 불합격한 사람도

여럿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잠시, 엄마는 자격증을 한참 바라 보았다

​

"결혼하고, 내 이름으로 된 거 처음 가저봐"

​

갑자기 날카로운 것이 스친 듯 가슴이

시렸다.

​

"네 아빠는 뭐든 자기 이름을 올렸어,

집도 내가 친정에서 빌린돈으로 마련했는데

자기 명의로 계약서를 썼어,

​

내가 힘들게 부업해서 냉장고를 바꿀때도

영수증에 자기 이름을 적었지. 이제야

내이름으로 된게 생겼어. 너무 좋아"

​

결혼하고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 석자가

새겨진 종이를 받은 엄마. 나는 엄마가

책에 쓴 이름을 떠올렸다

​

아주 근사한 글씨였다

​

어디에도 새기지 못했던 이름이 앞으로는

엄마에게 큰 용기를 주면 좋겠따.

​

엄마가 새긴 이름은 나에게도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

'아직 아무것도 늦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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